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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떠돌이 인생
미국 서부 여행 3. 본문
<미국 서부 여행 5일 차>
브라이스 캐니언, 레드캐니언 그리고 브라이언 헤드
브라이스캐니언(Bryce Canyon)은 그랜드캐니언, 자이언캐니언과 함께 미국 3대 계곡 중 하나다. 그랜드캐니언이 남성적이라면 브라이스캐니언은 종종 여성적이라고 표현된다. 그랜드캐니언에선 웅장하고 자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지만 브라이스캐니언에선 수백만 년 동안 바람, 빙하, 물의 힘으로 만들어진 수천~수만 개의 돌기둥과 봉우리를 보며 초현실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 정말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미국서부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왜 다들 미국서부 여행을 원하는지 비로소 느끼게 되며 한국에 있는 부모님이 생각나는 곳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운전을 많이 하는 막일 여행이라고 생각을 하곤 했지만
그 고생을 해서라도 양가 부모님을 모셔오고 싶을 정도로 멋진 여행지이다.
그렇게 차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며 국립공원을 돌다 보니 오후가 되었고 우리는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무조건 숙소와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날 스켸줄의 여행지와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가야 여유롭게 즐길 수 있기에 저녁에는 피곤하더라도 조그 더 목적지 인근까지 가는 게 유리하다.
미국 서부여행을 자유여행으로 한다면 꼭 저녁시간대는 좀 더 이동하는 것을 권한다.
이동 중에도 보이는 곳은 이름이 없는 곳이지만 이쁜 곳이 너무 많아 운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그렇게 운전을 하며 집사람은 사진 찰영과 다음 목적지와 가까운 숙소를 검색하여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브라인언헤드였다.
여기는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온도가 갑자기 0도까지 떨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스트리트에서 반바지에 민소매티를 입고 있었지만 급격히 떨어지는 온도로 인해 운전하며 옷을 챙겨 입었다.
알고 보니 브라이언헤드는 스키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리고 저녁 7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해가 떨어져 운전하기도 어려웠다. 초행길에 산속이라 운전하는데 더욱 긴장되었다.
중간중간 사슴 떼가 길막을 하여 정말이지 운전대를 놓고 싶었다.
그렇게 겨우 숙소에 도착하여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체크인 후 너무 배가 고파 내비게이션으로 인근에 마트를 검색하였으나 비수기로 인해 인근의 마트는 이미 클로즈했고 기본 30~40분이 아닌 30~40킬로 떨어진 마트 밖에 없었다. 일반 도로나 고속도로의 30~40키로면 금방 다녀올 수 있겠지만 산속에서 저 정도의 거리는 이동하기 불가하다 판단하여
로비에 레스토랑을 물어보니 8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여 급하게 올라가니 클로징을 하고 있었으나 우리를 보고 반갑게 방겨주었다.
식자재가 떨어져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순 없었고 식사 가능한 요리를 추천받아먹었는데 정말이지 꿀맛이었다.
매번 느끼지만 아무리 배가 고파도 미국 레스토랑의 식사량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해서 한 번에 다 먹을 수가 없다.
여기 또한 배불리 먹어도 절반 이상이 남아 포장을 해서 숙소로 올라갔다. 숙소로 올라가는 로비 한편에
정겨운 목욕탕 습기가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스키로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호텔에 온천이 있었다.
저녁을 먹어 배가 너무 부른 상태라 소화만 시키고 몸을 좀 녹이고 오자고 와이프와 얘기를 하고
기절해 버렸다. 불면증엔 역시 장시간 운전이 최고다.
앉아 있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긴장을 하고 있으니 장시간 운전을 하면 불면증은 해결될 듯 보인다.
얼떨결에 잠들었지만 나름 개운하게 일어나서 또다시 목적지 이동을 위해 짐을 챙겼다.
숙박비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우리는 호텔 예약 시 웬만해서 조식은 포함하지 않는다.
아침으로 어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남은 음식으로 아침 겸 점심 도시락을 만들어 차량 이동 중에 식사를 하였다.
미국 서부여행시 마실 음료와 도시락 및 비상식량은 필수이다.
분명히 장시간 운전을 하면 분명 중간중간 배가 고플 것이기에 레드불 같은 파워드링크제도 섭취하여야
그 무섭다는 공복과 졸음운전 또한 피할 수 있다.
분명 어제 낮까지는 여름 날씨였으나 고산지대라
아침에 특유의 쌀쌀한 겨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브라이언 헤드를 벗어나는 길에 이름 모를 이쁜 호수를 발견하였다. 그저 운전을 하며 이쁘다는 말을 하다 사진을 못 찍으면 후회를 할까 같아 다시 차를 돌려 호수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차량에 탑승하였다.
그렇게 전날 가지 못한 국립공원을 경유하여 우리는 미국서부여행의 최종 목적지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미국 서부 여행 6일 차>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
미국 서부여행의 기나긴 여정 끝에 드디어 라스베이거스에 입성하였다.
거짓말 살짝 보태 그동안 미국 서부여행 중 하루에 눈떠 있는 시간의 80%는 운전만 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미국으로 온 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하여 스트립 통제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라스베이거스로 입성하기 전부터 어떤 호텔을 예약할지 계속 고민을 하였다.
몇 군데의 호텔을 후보에 두고 고민한 결과 우리는 그 총기 사건이 일어난 호텔로 예약하였다.
오히려 보안이 더욱 철저할 거란 믿음으로 예약한 것이다.
여하튼 그동안의 운전으로 인한 고단함은 라스베이거스의 밝은 불빛으로 스르륵 녹아내렸다.
사막을 횡단할 때 오아시스를 발견한 마음이랄까
어차피 우리는 차량으로 사막을 지나쳐 왔기에 목마름 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이런 에너지 넘치는 도시가 우리에겐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 든다.
이제 미국 서부여행의 남은 일정 동안은 무리하게 일찍 일어나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졸음과 싸우며 운전을 하는 일 없이 여유롭게 늦잠도 자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낮에는 수영과 관광을 즐긴 뒤 낮잠도 잤다가 밤늦게까지 놀다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음을 할 수 있다.
사실 그랜드캐니언 입성 전날 무리하게 혼자 술을 많이 마시고 자서
다음날 엄청난 숙취로 인해 고속도로에서 잠시 비상등을 켜고 메마른 사막 바닥에 수분을 보충시키게 한 나뿐 추억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뭐니 뭐니 해도 카지노.
집사람과 라스베이거스에 가기 전 마카오를 서너 차례 여행 했었지만 카지노는 전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여기 라스베이거스까지 와서 구경만 할 순 없단 생각에 룰도 모르고 그냥 막 누르고 당기며 여유를 즐겼다.
도박이 아닌 그저 분위기에 맞추고 싶었다. 여기는 라스베가 스니깐.
그리고 호텔마다 카지노가 있으니 카지노장을 구경하는 것도 신선한 관광이었다.
낮에는 적당한 관광과 호텔 수영장에서 놀며 더 이상 운전을 하지 않아 마음껏 여유를 즐겼다.
확실히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호텔은 가격이 적당하며 수영장은 어느 곳이나 다 좋은 거 같다.
어설프게 한국의 유명한 호텔에서 비싼 돈 내고 수영장은 1회밖에 입장이 안 되는 것과 달리
언제든 수영장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낮에도 마음껏 걸어 다니다 더우면 맥주도 마음껏 마시고 낮잠도 자고 정말이지 다시 한번 우리 부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오는 미국 서부여행 코스로 잡힐 잘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반대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부터 이렇게 천국을 누리다 운전대를 잡고 샌프란시스코로 갔다면 이런 여유를 보다 즐기지 못했을 거 같다.
미국 서부의 뜨거운 사막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이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낮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호캉스를 즐길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한국으로 복귀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였다.
아무래도 9박 10일의 일정에서 5일 전까지는 아직도 많은 일수가 남았다는 여유가 있었지만
절반이 지난 시점부터는 한국으로 복귀가 부담스러웠다. 한국으로 복귀 부담이 아닌, 한국에 있는 직장 회사 업무의 부담감이었다.
살면서 다시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꼭 다시 와서 더욱 오랜 시간 여행을 즐겨야 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또한 생겼다.
여행에서 흥청망청 돈과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렇게 3박 4일가량 머물고 우리는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렌터카를 반납하였다.
총 운행 1,735킬로 운행.
참고로 미국 서부여행시 렌트를 한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렌트를 하던 라스베이거스에서 렌트를 하던 무관하게
다른 지역으로 차량을 반납해도 무관하다.
한국도 물론 동일하겠지만, 한국에서는 렌트를 제주도에서만 한 기억이 있어
국내 사정을 잘 알지 못했다.
여하튼 꼭 미국 서부여행시 차량 렌트는 필수이며, 웬만하면 SUV 차량을 추천한다. 2명이 가더라도 소형 SUV로.
우리가 가장 아쉬운 점은 차박이나 캠핑을 못한 것이다. 물론 위험하겠지만, 유튜브만 검색해도 적당히 안전한
주차 및 차박이 가능한 로케이션이 있다.
참고로 외곽에 위치한 어설픈 호텔 또한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여하튼 차량 이동시 중간중간 낮잠이 필요할 수도 있고,
라면이나 간단한 조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를 대비하여 SUV차량 렌트를 추천한다.
<마지막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국심사대를 지나도 역시 라스베이거스는 마지막 까지도 관광객에게 악마의 손길을 뻗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공항 내에도 카지도 게임기가 즐비하여 카지노를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갑을 열게 하니 흔들려선 안된다.
도박에 중독이 되어 어렵게 발길을 돌리려는 관광객에게는 정신병이 걸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게임기가 10미터 간격으로 있다.
미국 서부 여행을 돌아보며.
이렇게 9박 10일의 미국 서부 여행은 끝이 났다.
누군가에게는 여유가 있어 여행도 다닌다고 생각하겠지만,
물론 여행을 갈 이 당시에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았다. 그래서 생각이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금전적 여유가 아닌 정신적으로 여유를 생기게 한 여행이었다.
결국 이 여행이 나의 인생을 뒤바꿔 놓았다.
미국 여행 이전까지 집사람과 남들 못지않게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그때는 막연히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힐링을 하는 여행이었다면, 이번 미국 서부여행은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결국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고 현재 캐나다에서 이민을 준비하며 슬하에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자녀를 두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대해 호불호가 나누어진다.
대표적으로 젊을 때 열심히 일하며 부를 축적한 뒤 나이가 들면 그때 여행을 즐기겠다는 사람들과 젊을 때 즐기려는 사람들.
우리 부부는 후자이다. 그리고 현재도 여행을 즐기며 매일매일 여행 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여행을 할 것이다.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보다 일찍 더 많은 여행을 준비하고 떠날 것이다.
단 한 번도 여행을 다녀와서 후회한 적이 없다.
대기업에 멋진 직책과 직급은 버렸지만, 나에게는 돈과 바꿀 수 없는
멋진 일상과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혹시라도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면,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꼭 가길 권한다.
그리고 여행에서 본인의 인생 목표를 그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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